{ "p": "ons", "op": "post", "title": "노숙인에 책과 따뜻한 위로 건낸 판사 화제", "url": "https://www.kookje.co.kr/news2011/asp/newsbody.asp?code=0300&key=20231224.99008008070", "author": "김민정 기자 min55@kookje.co.kr", "body": "부산의 한 판사가 50대 노숙인에게 선고 직후 따뜻한 위로와 함께 책을 건넸다. 이 같은 소식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추운 연말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.\n\n24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따르면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2년을 명령했다. 노숙인인 A 씨는 지난 9월 28일 새벽 1시께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지인 B 씨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하게 되자 손수레에서 칼을 꺼내 B 씨를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.\n\n당시 A 씨는 칼을 드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칼을 놓은 뒤 밟아 부러뜨렸다. A 씨는 “손수레에서 술자리까지 약 4m 떨어져 있어 B 씨가 칼을 든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”이라고 진술했다. 그러나 이를 목격한 시민 신고로 A 씨는 경찰에 체포됐고, 주거가 일정치 않아 구속까지 됐다.\n\n박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A 씨에게 “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”며 “주거를 일정하게 해 사회보장제도 속에 살고 건강을 챙기라”고 당부했다. 그러면서 책을 좋아하는 A 씨에게 중국 작가 위화의 ‘인생’이라는 책과 함께 10만 원을 주면서 “나가서 상황을 잘 수습하라”고 덧붙였다. 현금을 준 것은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A 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갈 곳이 없을 것을 걱정해 찜질방 등에라도 갈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이다.\n\n사회적 약자인 A 씨에 관한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 본 박 판사의 판단으로 실시한 판결 전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부모가 사망한 후 30대 초반부터 노숙 생활을 시작했으며, 폐지나 고철 등을 수집하는 등 고립된 삶을 살았다. A 씨가 범행을 저질렀으나 이런 사연을 지닌 초범이고, 피해자 역시 처벌을 원치 않자 박 판사는 A 씨를 약간이나마 돕기로 했다.\n\n박 판사는 미담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으나 선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에 의해 이 같은 사연이 외부로 알려졌다. 박 판사는 “일반인 같으면 구속되지 않을 사안이었으나 주거가 부정한 노숙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으로 구속된 사정이 안타까웠다”며 “절대 개인적인 미담으로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”고 조심스레 말했다.\n\n평소에도 사회에 울림을 주는 판결문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박 판사는 저서 ‘어떤 양형의 이유’, ‘법정의 얼굴들’의 작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." }